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박시량의 삶은 어느 순간부터 어두운 물에 갇혀있었다. 그것은 하나의 비밀이었고 그를 약하게 만드는 것이었다. 몇 년동안 정신을 녹슬게 한 그것들은 결국은 그를 다시 몇년 전의 그곳으로 이끌었다. 하지만-가야할 곳은 가지 못하고 중간에 도달한 그곳에서 당신을 만났다.

얼마나 웃었는지, 울었는지. 세어볼 수 없었다. 그 마을의 안에서는 사람이 아닌 것들과 사람들이 오래 고인 검은 죄처럼 사람들을 상처입혔고 믿음은 사라져가고 지쳐갔다. 그래서였을까. 남에게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당신에게 자꾸 털어놓게 된 것을. 먹먹한 깊은 물의 소리와 냄새가 유달리 심해지는 날이었다. 또 그날은 거짓말이 지긋지긋해져 결국 털어놨던 날이기도 했다.

“이렇게 달렸는데.... 이렇게 아직도 앞이 깜깜한 밤같네요. 빛이 어디있는 지 모를.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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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귀의 입이 득시글한 마을에서 탈출해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15시간동안 수술을 받았다. 익숙한 인공호흡기와 기계들을 달고 마취때문에 무거운 눈을 들자마자 보였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.

"기다렸어요- "

활짝 핀 함박꽃-작약같은 당신의 얼굴에 정말로 박시량은 밤이 끝났다는 것을 실감했다. 새벽의 아스라한 빛의 끝에서 당신이라는 빛을-

더이상 깊은 물의 소리와 냄새는 느껴지지 않았다.